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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건전지 누액으로 도어락 고장난 이야기



도어락이 이상합니다.

설치한 지 10 년이 넘도록 한번도 말썽을 부리지 않은 도어락인데, -물론, 대부분의 도어락이 설치 후 배터리만 갈아 주면 이상 없이 작동하긴 합니다.- 며칠 전부터 문을 닫아도 바로 잠기지 않고 시간이 좀 지난 후 잠기는 효과음이 납니다.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오늘은 휴대폰으로 문을 열 수 있도록 등록하려고 열어 보았더니 안쪽에 이상한 물기가 있습니다. 전자제품에 물기라... 그것도 도어락에 물기가 있다는 건 이상한 거죠.


일단 배터리팩을 분리합니다.



덮개(커버)의 나사를 풀고, 작은 커버를 열면 배터리팩을 위쪽으로 밀어올려 분리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배터리팩을 분리하자, 도어락 안쪽의 왼쪽 부분이 심하게 녹아 있습니다. 건전지의 전해액이 누출되어 나온 겁니다.
드라이버로 살살 긁어 내니 부서지듯 떨어져 내립니다. 배터리팩의 접점 부위도 거무스레 산화되어 있습니다. 기기가 오작동한 이유가 있네요.




배터리팩 뒷면입니다. 오른쪽의 꼭지를 살짝 눌러 덮개를 열어 봅니다.




예상대로(?) 건전지 누액입니다.
오른쪽 맨 아래 건전지 색깔이 이상하죠? 음극 쪽이 심하게 변색되어 있습니다.
저 배터리에서 누액이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정도면 배터리는 제 기능을 못 합니다.
배터리 장착 부분이 심하게 녹을 정도였으니 배터리팩 뒤쪽 기판에도 누액이 흘렀다면 기판도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니, 작동이 갑자기 느려진 걸 보면 당연히 기판에 이상이 생겼겠죠. 이거, 도어락을 교체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건전지를 다 빼 놓고 보니, 여덟 개가 다 이상합니다. 소금 결정 같은 하얀 물질이 건전지 표면에 잔뜩 묻어 있습니다. 저 물질과 누액이 피부에 닿으면 좋지 않습니다. 급히 가서 물로 깨끗이 씻어냅니다. 꼼꼼하게 비누칠해서 두 번 씻습니다. ^^;




변색된 건 하나 뿐인 줄 알았는데, 그게 특히 심했을 뿐, 다른 일곱 개 건전지도 전부 누액 현상이 있습니다.




배터리팩 뒤쪽 기판입니다. 나사 세 개를 풀어 기판을 분리합니다.
예상대로, 기판에도 누액 범벅입니다. 사용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하지만 당장 도어락을 교체할 수도 없고, 이 기판이나마 다시 장착해서 배터리를 연결하지 않으면 문을 열 수도 없으니, 일단 조심스레 누액을 닦아 봅니다.
누액을 닦는 방법은 잘 모릅니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알콜로 씻어내고 잘 말리라는군요. 일단 집에 있는 소독용 에탄올로 기판을 씻어 냅니다. 에탄올을 기판에 부으면서 칫솔로 조심스레 문질러 씻어냅니다. 그리고 선풍기 앞에 놓고 한참을 말립니다. 드라이어로 더운 바람을 쐬면 안 될 듯합니다. 그런 생각이 든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다시 조심스레 장착...
저 배터리는 무려 16개들이 세트를 샀던 겁니다. 그래서 8개가 남아 있었죠. 걱정이 되긴 했지만 일단 되는지 확인해 보느라 그걸 넣고 장착해 봤더니... 다행히 도어락은 잘 작동합니다.
기판이나 배터리팩만 따로 구입할 수 있는지 도어락 회사에 전화를 해 봅니다. 오래된 모델이라 단종되었고, 부품 지원도 끝났다는군요. 그럴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고, 기대는 하지 않았어도 솔직히 아쉽습니다.
이럴 때마다 아쉽습니다. 외국이 다 좋다는 건 아니지만 단종된 지 수십 년이 된 제품도 이베이나 아마존에서 부품을 팔고 있는 걸 보면, 제품을 팔고 나면 끝이라는 듯한 태도에는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수가 없지요.
지금은 일단 잘 작동하는 듯하지만 어느 순간 고장이 나면 문을 열 수가 없으니, AS도 바랄 수 없는 오래된 도어락은 새 제품으로 교체해야 할 듯합니다. 계획에 없던 지출이 생기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