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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이야기

30년간 최저임금에 눈물? 유시민의 최저임금 인식에 대하여


토론을 보다가 유시민의 발언을 듣고 채널을 돌렸다. 무슨 말을 하면 그 말의 핵심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그 발언 중에서 꼬투리잡을 만한 한 가지만 가지고 트집을 잡아 전체를 부정하는 유시민 특유의 논리 때문이다. 이제는 그런 토론을 비판하는 사람이 나올 때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30년간 일한 직원을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어느 회사 대표의 사연에 유시민이 보인 반응은,


"어떻게 30년간 최저임금을 줄 수가 있느냐? 눈물이 난다" 였다.


안타까운 일이다. 유시민쯤 되는 사람이 저런 말을 했다는 게 너무나 안타깝다. 그 회사 대표가 말한 그 30년 된 직원이 과연 2019년 기준 최저임금인 시간당 8350원, 월 174만5천원을 받고 있었을까? 난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다. 얼마 되지는 않지만 내 전재산과 내 손모가지를 걸겠다. 유시민, 넌 뭘 걸래? (유씨에게 반말했다고 트집잡힐라...ㅜ.ㅜ 영화 타짜에, 만화 타짜에 나오는 대사다.)


한 직장에서 30년을 일했는데 30년간 최저임금을 받았다? 그런 건 어느 특정지역에서 토착권력에 착취당한 염전노예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사례다. 한 직장에서 30년을 일하고도 최저임금을, 즉 2017년 기준 시간당 6470원, 2018년 기준 시간당 7530 원, 2019년 기준 시간당 8350 원... 을 받았다고? (검색해서 알았다. 오타가 났을 수도 있다.) 그런 사람이 있으면 누가 알려줬으면 좋겠다.


유씨에게, 또 유씨의 발언에 동조하는 사람들에게, 그 발언에 웃음을 터뜨린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본인이 사업자등록을 하고 사업을 영위하면서 직원을 고용하고 임금을 지급해본 적이 있느냐고.... 사업자등록을 하고 회사를 경영해 본 사람이라면, 또는 자기의 임금이 어떻게 산정되는지 계산해 본 사람이라면, 한달 약 209 시간이라는 숫자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무식한 말을 말을 할 수가 없다. 최저임금 때문에 30년 일한 사람을 내보냈다는 말을 30년동안 최저임금을 줬다는 말로 해석할 수가 없다. 최소한 자기가 사업을 영위하면서 채용한 직원들에게 임금을 주거나, 적어도 "근로"를 해서 돈을 벌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30년 된 직원에게 최저임금을 준 게 아닌데 왜 최저임금이 문제가 될까?


최저임금이란, 말 그대로 아무리 적어도 그만큼은 줘야 한다는 하한선이다. 사무직 신입사원, 수습을 갓 면한 생산직 사원(사무직이나 생산직을 특별히 언급하는 이유가 따로 있는 건 아니다. 이걸 트집잡는다면 반박할 생각은 없다.) 에게도 최저금액 이상을 줘야 한다면, 그보다 경력이 많은 사람에게는 그보다 더 줘야 하고, 그보다 숙련된 사람에게는 좀더 더 줘야 하는 것이다. 똑같은 일, 똑같은 작업을 한다고 해서 경력이나 숙련도, 생산성과 상관 없이, 동일 노동에는 동일 임금 !! 을 주는 회사는 아마 드물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사회에서 호봉이라는 말이 사라질 것이다. 노동자들이 과연 그걸 원할까? 이 질문이 어려워?


갓 들어온 신입사원에게 최저임금 시간당 8350 원, 월 최소 174만 5천원을 지급한다면, 경력이 30년 된 직원에게는 얼마를 줘야 할까? 최저임금이 오르면 초보 신입사원의 임금만 오르는 게 아니다. 1년 일한 직원 임금도 오르고, 2년 된 직원 임금도 오른다. 30년 된 직원 임금은 최저임금이 올라도 그대로여야 할까? 이 얘기를 하는 건데 거기다 대고 '아니, 30년을 일했는데 최저임금을 준다고?" 라고 딴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이 30년 된 직원이랑 무슨 상관인데?" 라는 소린가? 토론을 하고 싶으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반론해야 하는 것이다.


이걸 알면서도 그런 소리를 했다면 나쁜 사람이고, 그걸 몰라서 그런 소리를 했다면 멍청한 사람이다. 그 토론에 참여한, 유씨 반대편에서 논리를 펼친 사람들도 나쁘거나 멍청하거나 둘 중 하나이긴 마찬가지다. 그런 억지 논리에 반박하거나, 그 말이 틀렸다는 걸 지적하지 못했으니까. 아니면 그들도 몰랐으니까. 사회자 손씨도 마찬가지다. 그 말이 틀렸다는 걸 몰라서 지적하지 못했다면 멍청한 거였고, 알면서도 지적하지 않았다면 나쁜 짓이었다. 유시민의 그 말에 웃음을 터뜨린 방청객들도 멍청하거나 나쁘거나 둘 중 하나다.


대답하라. 유시민, 손석희, 그리고 그 밖의 패널들... 당신들은 그 말이 틀렸다는 걸 알았었는가, 아니면 몰랐었는가? 열우당 시절, 당시들은 정치인 아닌 당 사무를 처리하는 직원들에게 어떻게 임금을 지급했는지 기억하는가? 관심이나 있었는가?


유씨가 대답하지 않아도 나는 그가 알았는지 몰랐는지 짐작할 수 있다. 다른 패널이 최저임금으로 영향을 받는 근로자가 500만명이라고 하니까, 유씨는 최저임금 받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고 주장했다. 방청객은 이럴 때 웃음을 터뜨려야 한다. 상대방 패널도 이런 말에는 웃어줘야 한다. 사회자도 입을 가리고 외면하며 안 웃는 척 웃어야 한다. 안다면. 그게 왜 우스운지 이해를 못 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최저임금 기준금액이 오르면,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들 임금만 오르는 게 아니다. 그것도 모르면서 최저임금에 대해 토론한다고? 푸하하하하.....


토론을 보면서 나도 눈물이 났다. 알지도 못하면서 제가 아는 게 다인 양 그런 소리를 늘어놓는 멍청한 사람들을 보고 안타까워서... 그게 아닌 줄 알면서도 사실이 아닌 얘기를 늘어놓는 나쁜 사람들을 보고 분노가 치밀어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눈물이 난다... 최저지능을 가지고 30년간 토론해 온 사람들에게, 최저양심으로 30년간 선동해 온 사람들에게... 최저임금처럼 최저판단력과 최저양심을 법으로 규제할 수는 없을까?


사족을 하나 달자면... TV 토론은 이슈를 이슈화할 뿐, 그 해결책이나 개선점을 찾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 자신들의 입장을 묵적처럼 고수하면서 상대를 비난하고, 상대의 타당한 비판에도 입장을 바꾸지 않는 사람들... 그런 자들이 TV에서 목소리 높여 다투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건 전파 낭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