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좋아합니다. 박찬호가 희망과 감동을 주던 메이저리그 야구도 좋아했지만, 가까이에서 자주 많이 볼 수 있는 한국야구를 더 좋아합니다. 응원하는 팀이 이기면 더 좋아합니다.
어제와 오늘, 인터넷뉴스 야구 페이지에는 심판과 구단 사이에 오간 금품수수 뉴스로 떠들썩합니다. 팬들도 아우성입니다. 심판 매수해서 돈으로 우승을 산 거냐고 난리입니다. 지난해에 충격을 주었던 프로축구 전북 구단 스카우트의 금품 제공 뉴스가 아직도 기억에 선합니다. 결국 그 스카우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죠.
직원 스스로, 직원 임의로 심판에게 돈을 건넸다는 수사 결과를 저는 믿지 않습니다. 여러분 같으면 회사 업무상 알게 된 거래처 관계자에게 개인적으로 수백만원을 빌려주고 받지 않겠다고 할 수 있습니까? 저는 도저히 그럴 수 없습니다. 돈을 빌려주고도 받으려 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기 자신의 개인 돈이 아니고, 빌려준 게 아니라 어떤 댓가로 준 것이기 때문이죠. '댓가'이기 때문에 돌려달라고 할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하는 게 좀더 설득력 있지 않을까요? 회사 돈이기 때문에 개인이 돌려달라고 하지 않은 것 아닐까요?
프로야구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네요. 심판이 구단에서 돈을 받아 도박을 했다... 그 도박이 설마 스포츠토토는 아니었을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프로야구 구단 직원은 개인적으로 심판에게 돈을 빌려 주었을까요? 그리고, 빌려준 돈을 돌려받았을까요? 이자까지 받지는 않았더라도, 돌려받았어야 맞지 않을까요? 요즘처럼 경기도 안 좋고 팍팍한 세상에 누가 수백만원을 '빌려'주고 '잊어'버릴 수 있나요? 게다가 어떤 언론사의 뉴스에 따르면, 일개 직원도 아니고 거의 단장 역할을 했던 운영팀장, 홍보팀장이었다는군요.
몇 해 전에는 승부조작 사건도 있었죠. 아니, 바로 작년에도 있었군요. 그 때문에 야구계를 떠난 선수도 있고, 출장금지당한 선수도 있습니다. 그 뿐인가요? 재작년에는 FA로 대박을 친 선수들이 해외 원정 도박을 한 일도 있었죠. 출장금지 징계를 받았습니다만, 출장금지중에도 국제대회에는 출전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었습니다. KBO는 '징계'라는 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는 걸까요?
어제 경기에서는 심판 뿐만 아니라 선수의 문제도 나타났죠. 잠실 경기에서 일부 관중들이 '약OO'을 연호했습니다. 선수 문제라기보다는 관중 문제라고 봐야 합니다. 분명히 관중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그 관중들이 제기하는 문제가 틀린 건 아닙니다.
잠실구장에서 특정선수를 가리키는 말을 연호하는 관중들 (스포츠뉴스 캡처)
물론, 거기서 그 얘기가 나올 이유는 없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김OO선수는 은퇴할 때까지, 아니, 은퇴한 다음에도 그런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오죽하면 김OO선수 뉴스가 나오면, 2군 선수들 뭐 하냐? 빨리 약 먹고 빨리 징계 받고 1군 가자... 라는 댓글이 달릴 정도니까요. KBO 가 지금처럼 일처리를 한다면, 2군 선수들에겐 절박한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잡을 수 있는 선택지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제가 볼 땐, KBO가 약물복용을 조장하고 있다고 해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물론, 김OO 뿐만이 아닙니다. 삼성 포수 진OO부터 kia 와 두산에서 뛴 외국인투수 리OO, 한화 외야수 최OO, 두산 투수 이OO, 올 시즌에는 삼성 포수 최OO까지... 약물검사를 하러 가면 특정선수는 엔트리에서 빠져서 이미 2군에 가 있더라는 뉴스가 새삼 기억이 납니다. 한국프로야구는 이미 약물 천지가 된 건 아닌가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모든 선수가 정기적으로 약물검사를 받으면 안 되는 건가요? 그렇게 하면 설마 감당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전수검사를 못 하는 건 아닌가요?
그런 선수들에 비하면, 음란행위로 임의탈퇴처리된 모 선수가 차라리 낫다고 생각됩니다. 남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닌데, 지나가던 여자분에게 들킨 게 죄라면 죄겠죠. 그 선수가 잘못이 없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물론 잘못했습니다만, 위에서 말한 선수들의 잘못이 더 크다는 얘깁니다. 적어도 부당한 방법을 사용하면서까지 경쟁에서 남들보다 앞서 가지는 않았으니까요.
문제는 구단입니다. 물의를 일으킨 선수를 징계하는 구단이 없다는 겁니다.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선수들 말고는 다들 아무 지장 없이 선수생활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도박 혐의로 실형을 받은 선수만 계약해지됐을 뿐, 나머지 선수들, 특히 약물복용한 선수들은 몇 주, 또는 몇 개월 편히 쉬고는 다시 뛰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선수가 좋은 경기를 펼치면 속죄포라는 둥, 속죄투, 속죄골, 속죄어시스트... 감싸주고 포장하는 뉴스가 나옵니다. 그럼? 골 안 넣은 선수는, 홈런 못 치고, 호투 못한 선수는 속죄하지 않는 건가요? 활약 못한 선수는 반성하지 않는 건가요? 구단도, 언론도 문제입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제목이 거창했나요? 존재 이유까지 들먹일 정도는 아니었나요? 하지만 안타깝습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일개 팬이지만, 애정을 가지고 한국프로야구 36년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어린이에게 꿈을, 젊은이에게 정열을, 온 국민에게는 건전한 여가선용을!
한국프로야구가 출범할 때 내건 슬로건입니다. 과연 요즘의 프로야구가 어린이에게 꿈을 줄 수 있을지, 젊은이에게 열정을 줄 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약물을 복용하고서도 좋은 성적만 내면 용서가 되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기만 하면 되는, 그런 스포츠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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