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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이야기

김현수 동점타. 2루주자의 아쉬운 슬라이딩


김현수 선수가 9회말 2아웃 만루 상황에서 대타로 나와 동점타를 쳤습니다. 13일, 말린스와 맞선 경기에서 벌어진 상황인데요, 만루에서 우익수 앞 안타, 3루 주자는 당연히 들어오는 상황이고, 2루 주자도 홈으로 쇄도했지만 간발의 차이로 아웃되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동영상 뉴스 캡처 화면입니다.


9회말 2아웃 만루 상황에서 김현수의 우익수 앞 안타 때 2루 주자가 홈에서 태그아웃되고 있다. (스포츠뉴스 캡처)


여기서 제가 아쉬워하는 건 2루 주자의 슬라이딩인데요, 주자가 왼손으로 홈플레이트를 터치했을 때, 발은 이미 홈플레이트를 한참 지나 있었습니다. 발이 홈플레이트를 쓸고 들어왔다면, 발 아니라 하체 어느 부분이든 홈플레이트를 쓸었다면 쉽게 세이프가 되고, 김현수는 끝내기 안타를 기록하며 오늘의 영웅이 될 수 있었는데, 챌린지 결과 아웃으로 판정이 번복되면서 김현수와 동료들의 세리머니가 머쓱하게 됐습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김동주의 홈 슬라이딩 장면이 기억납니다. 그때도 오늘 플레이와 비슷하게 홈플레이트 옆으로 지나면서 태그를 피해 왼손으로 홈을 살짝 짚었었죠. 그때는 세이프 판정이 내려졌습니다.


슬라이딩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무엇보다도 태그를 피하는 거구요, 둘째는 오버런을 방지하는 겁니다. 홈에서는 오버런이 의미가 없으니 태그를 피하는 목적이 전부라고 보셔도 되겠습니다. 요즘, KBO 경기에서도 저런 슬라이딩을 꽤 자주 볼 수 있는데, 많이 아쉽습니다. 왜 굳이 일부러 옆으로 가면서 손으로 홈을 터치해야 할까요? 발이 훨씬 앞에 있으니 발로 터치하는 게 빠른데 말이지요. 


포수가 공을 받은 상태라면 이해가 됩니다. 태그를 피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포수에게 아직 공이 오지 않은 상황에서 저런 슬라이딩은 오히려 시간을 손해보게 됩니다. 태그를 피해서 손으로 홈플레이트를 짚는 거라면 훨씬 더 바깥쪽으로 슬라이딩을 했어야 합니다. 3피트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장 바깥쪽으로 들어와야 했는데, 오늘 3루 주자는 겨우 1피트 정도 바깥쪽으로 슬라이딩을 했을 뿐입니다. 좀더 바깥쪽으로 슬라이딩을 하고, 왼팔을 옆으로 뻗었더라면 태그를 피해서 홈을 터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물론 제 견해는 당연히 결과론일 뿐이고 현장에서 플레이하는 선수들이 훨씬 더 정확히 상황을 판단하고 있겠지만, 첫째는 발로 홈플레이트를 터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두번째는 충분히 바깥쪽으로 슬라이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웠던 홈 슬라이딩이었습니다. 세리머니 하면서 쏟아부었던 종이 꽃가루를 다시 주워담으면서 멋적어하는 필리스 선수들의 모습이 재미있었습니다만, 경기를 끝내지 못한 아쉬움이 그 재미보다 훨씬 더 커서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