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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이야기

클리블랜드 22연승, 연속기록이 어려운 이유


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클리블랜드가 22연승을 기록했습니다. 대단한 기록입니다. 10회 연장 끝에 만들어낸 기록이라 더욱 짜릿했을 듯합니다.

클리블랜드 팬이 22연승을 기원하는 응원 카드를 들고 있다.(스포츠뉴스 캡처)


22연승이라... 저는 22연승이라고 하면 한국프로야구 원년의 박철순이 생각나는데요, 투수의 연승기록이라는 건, 중간에 승패를 기록하지 못하고 물러난 경기가 있어도 인정됩니다. 22승을 하는 동안 노디시전이 열 경기, 백 경기가 있어도 패전만 없으면 된다는 얘깁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대단한 기록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만, 투수의 22연승보다는 팀의 22연승이 훨씬 어렵고, 훨씬 희소 가치가 높은 기록입니다. 숫자로 살펴보겠습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현재 승률은 .619(91승 56패) 입니다. 계산을 편하게 하기 위해 .620 으로 할까요? 아니, 아예 7할, 70%라고 계산하기로 하지요. 70%라는 확률이 통계적으로 갖는 의미는, 이 팀이 확률적으로 의미있을 만큼[각주:1] 많은 경기를 하면 그 중 70%는 이긴다... 는 얘깁니다. 100경기쯤 하면 70승 30패 언저리의 승패를 기록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70승 30패... 대단합니다. 하지만 이건 제가 가정한 상황의 숫자이고, 현재 기록하고 있는 6할 1푼 9리라는 승률도 꽤 높은 승률입니다.


자, 이 팀이 어느 날 경기를 이길 확률은 0.7입니다. 두 번 연속 이길 확률은 얼마일까요? 네, 맞습니다. .490이지요. 3연승 확률은 .343... 30연승까지 표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승률 0.7의 팀이 연속으로 이길 확률은 다음과 같습니다.


소수 다섯째 자리에서 반올림했더니 20연승부터는 자릿수가 모자라는군요. 22연승을 할 가능성은 0.0004입니다. 1만분의 4라는 말입니다. 백분의 일 이하의 확률은 현실적으로 의미 없는,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해도 거의 틀리지 않는다고 할 정도의 확률입니다. 물론 벼락에 맞을 확률이나 로또에 당첨될 확률[각주:2] 같은 더 낮은 가능성도 있습니다만, 실제로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는 아예 안 하는 게 낫습니다. 이렇게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일이기 때문에 연속기록이 어려운 것입니다.


오늘 클리블랜드는 이런 작은 확률을 현실에서 이루어낸 팀입니다. 제가 가정한 0.7 대신에 클리블랜드의 현 승률 .619로 계산하면 0.000026이라는 더 작은 값이 나옵니다. 클리블랜드가 연승을 시작하던 날의 승률은 .552 였습니다. 이 경우에 22연승을 기록할 확률은 0.0000021, 그 때마다 확률은 약 1/10 정도로 줄어드는군요.


이번에는 다른 관점으로 한번 계산해 볼까요? 매일매일 경기를 하니까 승률도 매일매일 달라지겠죠. 이렇게 매일 달라지는 승률로 계산해 보겠습니다. 계산 결과는 아래 표를 참조하세요. 이 때 22연승을 할 확률은 겨우 0.000008입니다. 승률 .552로 계산했을 때보다 조금 높아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정말 아주 낮은 가능성입니다. 일백만분의 8이라...

한국프로야구의 최다연승 기록은 2009년 ~ 2010년 SK 와이번스가 기록한 22연승입니다. 두 시즌에 걸친 기록은 인정하지 못한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단일시즌으로 한정하면 2009 년에 역시 SK 와이번스가 기록한 19연승입니다. 승률 7할로 계산해도 0.0011... 만분의 11, 약 천분의 일 정도 되는 확률입니다. 역시 대단한 기록입니다.


한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저는 지금까지 확률 계산으로 이야기를 끌어 왔습니다만 승률은 확률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라는 겁니다. 확률은 통계를 바탕으로 분석을 하는 것이지만, 승률은 순전히 결과의 비율일 뿐입니다. 승률 9할을 기록하고 있는 팀이 오늘 질 수도 있고, 승률 1할인 꼴찌 팀이 오늘 이길 수도 있는 것입니다. 주사위를 100번 던졌는데 1이 한 번도 안 나왔다고 해서 다음 차례에 1이 나올 확률이 더 높아지는 건 아니듯 말입니다.[각주:3] 어느 의사가 생존확률 1%의 질병을 앓는 환자에게, 확률이 백분의 1인데 지금까지 99명이 죽었으니 당신은 살겠군요... 라고 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생각납니다. 그 우스개야말로 통계의 맹점과 한계를 정확히 짚은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수치가 경기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고 통계는 참고 자료일 뿐이라 해도, 클리블랜드의 22연승은 정말 놀랍고 대단한 기록입니다. 자, 내일 클리블랜드의 경기는 어떻게 될까요? 23연승을 기록할지 연승기록을 22에서 멈출지, 그런 긴박감을 가지고 경기를 지켜보면 더 재미있을 듯합니다. 내일 경기가 기대됩니다. 두근두근...


  1. 확률적으로 의미있을 만큼 많은 숫자라는 건, 학교 다닐 때 들었던 통계학 교수님의 말씀에 의하면 세자리 숫자만 되어도 충분하다고 합니다. 즉, 100 이상이면 충분히 크다는 거죠. [본문으로]
  2. 로또는 확률이라기보다는 매칭이라고 생각하는 게 낫다고 봅니다. 경우의 수가 1천만이라 해도, 1천만이 넘는 자동 선택 구매자가 있다면 당첨번호를 선택한 사람이 반드시 한 명 이상은 나오니까요. [본문으로]
  3. 통계학 용어로는 memoryless 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일어난 사건(통계학적 의미의 사건)의 기록이 앞으로 일어날 사건의 확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거죠.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