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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이야기

야구의 연속 기록 중 가장 어려운 것은 무엇일까



직전 글에서는 클리블랜드의 22연승을 보면서 연속경기 기록을 달성하는 확률이 얼마나 낮은지 계산해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어떤 기록이 나올 확률이 가장 적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얼핏 기억나는 것만 몇 가지 생각해 보면....
   39경기 연속 안타 - 박종호
   10연타석 안타 - 이병규
   9경기 연속 홈런 - 이대호
   4연타석 홈런 - 박경완, 나바로, 로사리오

이 정도입니다. 물론 KBO 기록입니다. 다른 나라 기록은 기억나는 게 없어서요... ㅡ.ㅡ;; 이 네 가지 기록이 발생할 가능성을 확률적으로 한번 계산해 보겠습니다. 정확한 수치라기보다는 그냥 재미로 한번 계산해 보는 겁니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위대한 타자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종호, 박경완, 이병규, 이대호)


1. 박종호의 연속경기 안타 기록
박종호 선수의 39경기 연속안타 기록은 2003 년과 2004년, 두 시즌에 걸쳐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 두 시즌에 박종호 선수의 타율은 생각만큼 높지 않았습니다. 2003년에는 .293이었고, 2004년에는 .282였습니다. 확률을 계산하기 편하게 .300 이라고 가정하고 계산하겠습니다. 준수한 타자의 기준은 언제나 3할 타율 아니겠습니까?


한 경기에서 타석에 네 번 들어선다고 치면, 그 경기에서 안타를 기록할 확률은 각각 다음과 같습니다.
4타석에서 모두 안타를 칠 확률 = 0.0081
3타석에서 안타를 칠 확률 = 0.0756
2타석에서 안타를 칠 확률 = 0.2646
1타석에서 안타를 칠 확률 = 0.4116
안타를 하나도 치지 못할 확률 = 0.2401
따라서, 그 경기에서 안타를 하나라도 칠 확률은 0.7509, 약 0.76 정도 됩니다.


0.76의 39제곱은 약 0.00002248 정도 되는군요. 계산해 보니 진짜, 정말, 아주, 매우, 무지무지... 대단한 기록입니다.


2. 이병규 선수의 10 연타석 안타

이병규 선수의 타율은 0.333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물론, 이병규 선수는 10연타석 안타를 기록했던 2013년에 .348의 타율로 타격왕을 차지했지만, 0.333으로 계산하겠습니다.[각주:1] 매 타석 안타를 칠 확률이 1/3 이니까 1/3의 10제곱이 되겠네요 1/3의 10제곱은 0.00001677 이 됩니다. 헉~....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낮은 값이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참고로, 타율을 0.348로 놓고 계산하면 0.00002605 가 나옵니다. 또, 타율을 0.3으로 놓고 계산하면 0.00000590입니다. 말도 안 되는 낮은 수치입니다. 그냥 타율 0.333일 때 나온 결과인 0.00001677 을 적용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은 홈런에 대해 계산해 보겠습니다. 홈런이 나올 확률은 편의상 타석당 홈런으로 계산하도록 하겠습니다. 한 시즌 50 홈런을 쳤던 이승엽이나 심정수, 박병호 같은 선수도 있었습니다만 4연타석 홈런을 기록한 박경완이나 나바로, 로사리오 세 선수는 시즌 50 홈런을 기록한 적이 없습니다. 참고로, 이대호 선수가 9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하던 시즌에는 133 경기였고, 이대호 선수는 44홈런을 기록했습니다. 대략 3 경기에 하나씩, 즉 12 타석에 하나씩이라고 가정하여 계산하겠습니다. 3경기당 홈런 하나씩이면 시즌 홈런왕을 노릴 수 있는 성적입니다. 144경기 기준으로 48홈런이니까요.


3. 박경완, 나바로, 로사리오가 기록했던 4연타석 홈런

12타석당 한 홈런이므로, 한 타석에서 홈런을 칠 확률은 간단히 1/12 입니다. 타수에 포함되지 않는 타석까지 포함하면 확률은 더 낮아지겠지만, 타수에 포함되지 않는 타석은 일단 배제하도록 하겠습니다. 계산이 복잡해질까 봐 그러는 겁니다. [각주:2] 4연타석 홈런을 기록할 확률은 간단히 1/12의 네제곱입니다. 약 0.0000482 정도 되는군요.



4. 이대호 선수의 9경기 연속 홈런
타석을 계산할 필요도 없네요. 3경기에 하나씩이면, 그 경기에서 홈런을 한 개 기록할 확률은 1/3, 즉 0.333 입니다. 0.333의 9제곱은 0.0000508 입니다. 2번의 경우처럼, 0.300 에 맞춰서 계산해 볼까요? 그러면 0.0000197 이 됩니다. 무시무시한 확률입니다.
참고로 각 타석별로 1번처럼 계산해 보겠습니다. 홈런을 하나 치는 경우도 있고, 4개 치는 경우도 있을 테니까요. 타석에서 홈런을 칠 확률을 1/12라고 가정하고 1번처럼 경우의 수를 계산하면, 한 경기 4타석에서 홈런을 한 개 이상 칠 확률은 0.294 정도 됩니다. 이 경우 0.294의 아홉 제곱은 0.0000164 입니다. 더 무시무시한 확률이 나오는군요.


자,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은 수치가 나옵니다.
  

기록

확률

39경기 연속 안타 0.00002248
10연타석 안타 0.00001677
4연타석 홈런 0.00004820
9경기 연속 홈런 0.00001970



네 가지 기록 모두 만분의 일이 안 되는, 발생하는 경우가 극히 드문 확률적 사건이 되겠습니다. 박종호 선수의 2004년 실제 타율을 적용한다면 저 수치는 더 낮아지겠지요. 반대로, 이병규 선수의 실제 타율은 수치를 좀더 높여줄 겁니다. 그렇게 확률 수치가 조금 높아지거나 조금 낮아진다고 해도 아주 낮은 확률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엄청나게 작은 숫자인 이 확률 수치들은 이런 기록이 얼마나 나오기 힘든 것인지 아주 잘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중에도 다른 기록들보다 상대적으로 수치가 좀더 높은 기록이 하나 있지요?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확률 수치가 보여 주듯이 세 번이나 나온 기록입니다. 앞으로 어떤 기록이 다시 나올 가능성이 더 높으냐고 묻는다면 저는 4연타석 홈런을 첫손에 꼽겠습니다. 그러나 4연타석 홈런도 위의 다른 세 기록에 비해서 나올 가능성이 더 높다는 -사실에 좀더 가까운 표현은 '가능성이 덜 낮다는'- 것 뿐이지, 달성하기 힘든 기록이라는 점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은 팀 연승 기록입니다. 직전 글에서 보셨듯, 팀의 22연승 기록은 이 글에서 언급한 네 가지 기록들과는 달성 확률(0.000008)의 소숫점 이하 자릿수가 다를 정도로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입니다. 제가 볼 때, 가장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은 팀 연승기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017. 9. 15. 클리블랜드 22연승, 연승 기록이 어려운 이유


하지만 직전 글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확률이 낮다고 해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아니고 확률이 높다고 해서 나타나기 쉽다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4 연타석 홈런 기록이 그나마 다시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혹시 누가 아나요? 바로 내일부터 어떤 선수가 11연타석 안타를 기록하거나 10경기 연속 홈런을, 또는 40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 클리블랜드가 23연승을 이어갈 수도 있는 거고요.


여기서 계산한 확률 수치에 주목하시기보다는 시간 많이 남는 야구팬 하나가 재미삼아 한번 계산해 본 거라고 생각하시고, 웃고 넘겨 주시기 바랍니다. ^^;;


대단한 선수들의 대단한 기록이라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재미있게도 안타 기록이 2개, 홈런 기록이 2개입니다. 또 연속경기 기록이 2개, 연타석 기록이 2개네요. 일부러 그렇게 고른 게 아닌데 그렇게 됐습니다. 또 하나 있다면 박씨 성 가진 선수 두 명, 이씨 성 선수가 두 명인 것도 재미있네요. ^^;


  1. 타율을 0.3으로 놓고 계산했더니 결과값이 너무 낮아서 0.333으로 놓고 계산했습니다. [본문으로]
  2. 타수에 포함되지 않는 타석까지 고려하면 10연타석 안타는 계산할 수조차 없을 겁니다. 10타석 연속으로 타수를 기록하는 것조차 쉽지 않으니까요.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