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 오재원, 그리고 두산 왕조...
두산 왕조... 한국프로야구에서는 몇 년에 걸쳐 우승을 자주 하는 팀을 왕조라 불러 왔다. 내가 응원하는 팀과 경기할 때에는 정말 얄밉고 짜증나는 상대팀이었지만 경기가 끝나고 시즌이 끝나고 나면 그들의 힘을 인정하고, 승리를 축하하고, 그 성과에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었던 강팀들...
그렇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전력을 몇 년 동안 유지하는 팀, 우리는 그런 팀을 왕조라 불렀다. 80년대의 해태 왕조, 90년대 현대 왕조, 2000년대의 SK 왕조, 2010년대 초반의 삼성 왕조... 그리고 2010년대 후반부터 현재진행형인 두산 왕조...
최근의 왕조 두산 베어스의 중심 선수는 김재호가 아닐까? 두산 야구를 생각하면 먼저 떠오르는 선수는 주장을 오래 맡았던 2루수 오재원이지만, 나는 두산 왕조의 중심을 김재호라고 생각한다. 타격이면 타격, 수비면 수비, 크게 돋보인 적은 많지 않지만 살림꾼이라고 할까? 내야 사령관 유격수로서 수비의 중심을 잡아 주고, 테이블세터로 출장하든 하위타선을 맡든 상대팀에서는 쉽게 상대할 수 없는 타자이기도 하다. 상대팀 선수나 팬들이 보기에는 얄미울 정도로 잘 하는 선수다.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표정도 한몫을 한다. 아웃당한 선수나 팬들이 보기에는 비웃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는 그 웃음.
그 김재호가, 어제 벌어진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투수 글러브 맞고 굴절된 타구를 글러브 아래로 통과시키는 실책을 저질렀다. 게다가 좌중간 외야를 향해 흘러나간 공을 쫓아간 건 바로 앞에 있던 유격수 김재호가 아니라 우중간 방향에 있던 2루수 강승호였다. 이제는 36살이 된 베테랑 내야수... 아무래도 운동능력이 예전 같지 않은 걸까?

두산 왕조를 버티는 힘이었던 철벽내야, 그 중에서도 키스톤 콤비인 오재원과 김재호. 오재원은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보이지도 않고, 김재호는 노쇠를 의심하게 하는 모습이다. 그 두 베테랑이 이제는 슬슬 역할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고 이제 두산 왕조가 쇠퇴하기 시작하는 징조라고 말한다면 비약일까?
물론, 그 선수들이 은퇴한다 해도 두산에는 우수한 야수들이 많다. 외야 백업인 김인태 안권수 조수행은 다른 팀에서는 주전으로 뛸 수도 있는 선수들이다. 내야도 마찬가지. 강승호는 이미 선발 2루수로 나서고 있고 박지훈, 박계범도 주전급이다. 신인 안재석도 수준급이다.
그런데도 그들이 아직 백업선수인 이유는 단지 그들 앞에 나서는 주전 선수가 김재호, 허경민이기 때문이다. 양의지가 있을 때 박세혁이 그랬던 것처럼. 포수 포지션도 마찬가지다. 최용제, 장승현은 대타 수준의 선수가 아니다. 박세혁이 양의지처럼 타른 팀으로 떠난다 해도 포수 걱정은 하지 않을 팀이 두산이다. 단지 박세혁이 마스크를 쓰고 있기 때문에 아직 주전이 아닐 뿐이다.
그런 우수한 선수들이 김재호와 오재원이 물러난 자리를 채워 올라오겠지만, 그들에게서 다시 왕조의 힘을 기대할 수 있을까?
아쉬운 플레이 하나로 이런 생각까지 하게 만드는 김재호는 역시 여러 모로 임팩트 있는 선수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남은 포스트시즌에서도 김재호 파이팅~, 은퇴하는 그날까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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