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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이야기

단말기 자급제 도입하면 스마트폰 값이 싸질까?


사람들 사이에서 단말기 자급제가 꽤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이동통신 관련 뉴스나, 신형 스마트폰 관련 뉴스에 달린 댓글을 보면 자급제가 답이라거나 자급제 빨리 시행해야 한다는 댓글이 달리고, 추천도 많이 받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과연 단말기 자급제는 지금의 이동통신 시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답이 될까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아닙니다." 자급제가 도입되고 시행되어도 고급형 최신 단말기 값은 내려가지 않을 겁니다.

160만원이 넘을 것으로 전해지는 아이폰x 256GB 모델


저도 단말기 유통을 통신사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단말기 가격이 싸질 거라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가형, 보급형 단말기는 통신사에서 유통하는 편이 더 저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2년을 쓰는 조건으로 스마트폰을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건, 통신사 약정이 아니면 불가능하니까요. 제조사에서 2년 쓰는 조건으로 폰을 공짜로 나눠줄까요? 말도 안 되는소리죠.


아이폰은 이미 자급제나 마찬가지로 시장에 공급되고 있습니다. 비록 3개 통신사를 통해서 공급되지만, 출고가도 애플에서 정하고 TV 광고나 대리점 부착 광고의 내용과 부착 위치, 심지어는 아이폰을 전시하는 방법과 전시할 위치까지도 애플에서 정한 대로 따라야 하고, 애플에서 정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매장에는 아이폰을 시연할 수도 없습니다. 아이폰은 TV 광고조차도 3개 통신사에서 하고 있습니다. 아이폰 광고 끝날 무렵에 통신사 로고가 잠깐 나오는 걸 아마 보셨을 겁니다.


통신사에서 아이폰에 지급하는 보조금도 아주 적죠. 2014년에 아이폰5 16GB 대란이 일어났던 단 하루를 빼고는 말이죠. 출고가 80만원대 아이폰을 일시불 5만원에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보조금도 통신사에서 주는 것이었지, 애플이 아이폰 출고가를 인하한 게 아니었습니다. 애플에서는 보조금이 한푼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경쟁은 제조사가 아니라 통신사끼리 했습니다.


자급제가 되면 대부분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가격이 아이폰처럼 될 거라고 예상하는 게 맞을 겁니다. 삼성이나 엘지도 마찬가집니다. 두 전자회사의 최고급형 최신폰은 예약 행사 프로모션을 통하더라도 거의 할인이 되지 않고, 사은품을 끼워주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할인이 되지요. 물론, 번호이동하는 경우에는 좀더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단통법이 시행되던 동안에는 '좀더 싸게 사는' 것 자체가 불법이었습니다.


이런 제 결론을 성급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많을 겁니다. 그리고, 제 결론에 화내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왜 안 내려간다고 생각하느냐, 통신사에서 돈 받고 댓글 다는 거냐는 소리도 들어 봤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내기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자급제 도입해서 최신형 단말기 값이 저렴해진다면 제가 단말기 한 대를 사드리고, 반대로 안 내려간다면 저에게 한 대 사 주시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이 내기에 응하실 분이 계시다면 법무사에 가서 공증을 해도 좋습니다. 이 글에 댓글을 남기시고 비밀댓글로 전화번호 주셔도 됩니다. 좋잖아요? 단말기 가격도 내려가고, 내기에 이겨서 최고급형 최신폰도 생기고... 내기의 기준은 자급제 도입 1년이 지난 후에 처음 나오는 삼성이나 애플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가격으로 기준을 정하기로 하죠. 자급제 하면 스마트폰 값이 떨어진다고 말씀하시는 분들, 저랑 내기하실 자신 있으신가요?


저하고 이런 내기를 걸 자신이 없는 사람은 자급제 도입하면 단말기 가격 내려간다는 선동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게 맞습니다. 그 사람들이 바로, 단통법이 시행되면 통신요금 싸질 거라고 선동하던 사람들입니다. 단통법 시행해서 이득본 건 단지 통신사들 뿐입니다.


단통법 이전에는 할인받는 것으로 끝났던 보조금이었습니다. 그러나 단통법이 시행되면서 요금제를 바꾸기만 해도 보조금 차액이라는 허울좋은 이름으로 위약금을 내야 했죠. 단통법 시행  전에는 6개월만에 해지하고 구형폰을 중고로 팔아서 큰 부담 없이 새 단말기를 싸게 살 수 있었지만, 단통법 이후에는 24개월을 못 채우고 단말기를 바꾸면 위약금을 또 내야 했습니다. 과연 소비자들이 단통법에서 얻은 게 뭐가 있습니까? 위약금3과 위약금4 뿐입니다.


단통법도, 자급제도 애초에 답이 아닌 겁니다. 단통법은 생각해 보면 웃기는 법이죠. 정부 부처가 개입해서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잘못된 겁니다. 국민들의 불만에 편승해서 인기 얻으려 했던 '나으리'들이 엉뚱한 짓을 한 것뿐입니다. 벼룩 우스갯소리 들어보신 분 있을 겁니다. 벼룩의 다리를 자르고 뛰라고 외쳐도 못 뛰죠? 다리를 자르면 벼룩의 귀가 멀기 때문일까요? 단통법은 귀머거리 벼룩과 같은 논리로 엉뚱한 결론을 낸 겁니다.


자급제를 도입하자는 사람들도 비슷한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자급제는 단말기 공급과 통신사 가입을 분리하는 게 핵심입니다. 그러면 이용자들이 단말기를 산 후 통신사를 선택하게 되니까 서로 선택받으려고 경쟁할 것이다... 라는 아주 순진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아니, 그럼... 지금은 선택받으려는 경쟁을 안 하고 있다는 겁니까?


삼성과 애플은 소송비용만 수조원이 예상되는 재판을 하면서까지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아니, 삼성과 애플의 소송은 차치하고라도, 같은 시장에서 물건을 팔면서 경쟁을 안 하는 기업도 있습니까? 자급제 도입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런 간단한 사실은 외면하고 있습니다. 정치논리에 매몰되어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는 거지요. 통신시장의 왜곡을 바로잡는다는 핑계로 계속 시장에 개입하고 있을 뿐입니다. 


제조사에서 서로 경쟁해서 값을 내리는 건 보급형, 저가형 폰 뿐입니다. 그리고, 그런 폰들은 지금도 충분히 저렴합니다. 통신사에서 보조금을 받고 계약한 요금제를 2년동안 사용하면 공짜로 쓸 수 있는 단말기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하지만 통신비가 비싸다고 울부짖는 사람들은 그런 폰을 원하지 않습니다. 애플이나 삼성의 최신형 플래그십 기기를 쓰고 싶은 거죠. 단, 좋은 조건으로 싸게...


그럼 단통법도 소용없고, 자급제도 소용없다면 그럼 이 비싼 통신비를 어떡하란 말이냐구요? 그게 제 잘못인가요? 평양성에 해 안 뜬대두 저는 모릅니다. 말한 죄밖에...  저는 단말기를 싸게 사고 싶은 소비자일 뿐입니다.


여러분의 통신비가 비싸다면 통신비와 단말기 할부금을 나누어서 계산해 보세요. 과연 어느 쪽이 비싸서 통신비 총액이 비싼지... 내가 쓰는 통화량과 데이터량에 비해 요금이 비싸다면 알뜰폰업체를 찾으시고, 요금은 적당한데 할부금이 비싸다면 보급형이나 저가형 단말기를 쓰세요. 최신형 플래그십 폰이 필요한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외부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분들조차도 보급형 단말기만으로 충분하니까요.


추가 : 제가 아이폰 관련해서 언급한 내용이 연합뉴스 기사로 나왔습니다. 이런 걸 이제야 처음으로 기사화하다니, 자본의 힘일까요? ㅋㅋㅋ